특별한 이유 없이 자기도 모르게 얼굴이나 목, 어깨, 몸통 등의 신체 일부분을 아주 빠르게 반복적으로 움직이거나 이상한 소리를 내는 것을 틱이라고 한다. 동작을 반복하는 것을 근육 틱(운동 틱), 소리를 내는 것을 음성 틱이라고 하는데, 여러 가지 틱 증상이 종합적으로 나타나면서 기간이 1년이 넘어가는 것이 뚜렛 증후군이다.
2020년 1월, 심한 틱 증상을 보이면서도 희망찬 모습으로 인기를 끌었던 유튜버 ‘아임뚜렛’(홍정오 씨)의 가짜 논란이 일었다. 뚜렛 증후군이 아닌데 틱 증상을 과장해 연기했다는 것이었다. 처음에 이를 부정하던 홍 씨는 친구의 증언과 전문가들의 의견 등이 이어지자 ‘조작한 게 맞다’고 인정했다.
장애를 극복하길 바라며 응원했던 이들에게도 충격적인 일이었지만, 뚜렛 증후군 환자들에게 여파는 더욱 컸다. 2020년 3월 KBS joy <무엇이든 물어보살>에 출연한 한 뚜렛 증후군 환자는 자신이 사회생활에 도움이 되기 위해 시작한 유튜브 채널에 ‘너도 가짜가 아니냐’라는 댓글이 달린다고 말했다. 안 그래도 뚜렛 증후군을 향한 편견과 오해가 많았는데, 홍 씨의 과장된 연기가 그걸 심화한데다 조작과 거짓이라는 이미지까지 더해졌다는 것이다.
2021년 초 방영된 KBS1 <다큐 인사이트 - 청춘> ‘아임 뚜렛’ 편은 이런 논란과 오해에 정면으로 도전한 다큐멘터리다. 뚜렛 증후군을 앓으면서 보디빌더를 하는 박지호 씨와 상담교사 임초록 씨가 뚜렛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담았다. 시청자는 이들이 자신을 마주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함께하면서 불안한 청년 세대인 자신들과 다르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뚜렛 증후군 협회 사람들은 틱 장애를 허리 디스크로 비유한다. 근육에 불편함을 느끼는 정도로 여기면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학교나 사회에서 틱을 앓는 사람들을 보는 시각도 달라질 것이다. 디스크 환자가 증상이 악화됐을 때 주변의 도움을 받는 걸 부끄러워하거나 주변에서도 이상하게 보지 않는 것처럼, 뚜렛 증후군도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틱을 억제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말한다. 서울의대 정신과학교실을 운영하는 유희정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틱을 기침 또는 딸꾹질과 같다고 설명한다. 기침을 참을 수 있나 억제하다 보면 언젠가는 튀어나오기 마련이다. 압박감과 주변의 시선으로 틱을 최대한 참는 노력을 할 순 있겠지만, 사람들이 없는 집에 돌아오면 틱은 더 심해진다. 참고 있던 틱까지 더 많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유 교수는 틱을 할까 말까 할 때 나오는 간질간질한 느낌과 그걸 참아내려고 온 신경을 곤두세우는 환자들에게 더 많은 에너지 소모와 스트레스가 발생한다고 말한다.
홍정오 씨의 연기에 구독자 30만여 명이 속을 만큼 뚜렛 증후군 자체에 관한 정보가 별로 없다는 점도 ‘뚜렛 증후군 환자는 사회생활이 불가능하다’는 편견을 심화하는 이유다. 빅카인즈에 주요 일간지 10곳과 지상파 방송사 대상으로 지난 1년 동안 뚜렛 증후군을 보도한 내용을 살펴보면, 총 47건 가운데 대부분은 뚜렛 증후군이 장애인 지원 대상에 포함됐다는 등의 간단한 사실 보도이거나, 유치원 교사의 폭행으로 틱 장애가 생겼다는 피해 사례를 전하는 부정적 뉴스였다. 틱 장애나 뚜렛 증후군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려주는 기사는 4건에 불과했다.
다큐멘터리 ‘아임 뚜렛’은 틱이 있는 사람들도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무엇이든 물어보살>에 출연한 뚜렛 증후군 환자도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 유튜브로 소통하며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래 앉아있지 못하는 허리 디스크 환자들이 나름의 사회생활을 충분히 해나가는 것처럼, 뚜렛 증후군 환자도 힘든 과정을 거치며 사회생활을 해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