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 타임라인은 보경씨의 경험을 하루로 압축·재구성한 내용입니다.
장애인복지법은 장애인을 ‘신체적ㆍ정신적 장애로 오랫동안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자’라고 정의한다. 정의에 따른 장애 분류는 15가지다. 그 15가지 범주에 화상은 포함되지 않는다. 장애로 분류되지 않으니 취업지원이나 생계 지원 같은 각종 복지 혜택에서도 제외된다. 보건복지부는 화상을 장애가 아니라 ‘질환’으로 본다. 화상 환자가 장애인으로 판정받는 경우는 따로 있다. 화상으로 신체 일부를 잘라낼 경우 ‘지체장애’로 판정받고, 안면에 화상을 입을 경우 ‘안면장애’로 판별 받는다.
장애인복지법 제18조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이 생활기능을 익히거나 되찾을 수 있도록 필요한 기능치료와 심리치료 등 재활의료를 제공하고 장애인의 장애를 보완할 수 있는 장애인보조기구를 제공하는 등 필요한 정책을 강구하여야 한다’라고 국가의 책임을 정의한다. 하지만 장애로 인정받지 못하는 화상의 경우 보험 처리가 안 되는 비급여 항목이 많다.
대표적으로 보습제가 있다. 화상을 입어 부풀어 오르는 피부를 ‘떡살’이라고 한다. 떡살이 있는 피부는 체온 조절이 되지 않고 수분이 없다. 간지럽고 아프기 때문에 보습제가 필요하다. 하지만 보습제는 화장품으로 분류되어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된다. 화상 흉터를 줄이기 위해 입는 압박옷도 마찬가지다. 그밖에 흉터 연고, 인공피부, 흉터관리 용품 등도 비급여로 분류된다. 2015년 기준 산업재해 화상환자의 경우 비급여부담률이 22.3%로 나타났다. 산재보험 전체 비급여 부담률 7.7%의 3배에 이른다. 오찬일 화상환자 해바라기 자조모임 회장은 “화상이 16번째 장애등급으로 분류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오 회장 역시 2007년 화재 사고로 전신에 59% 화상을 입은 뒤 30번이 넘는 수술을 한 화상 경험자다. 해바라기자조모임을 통해 화상 환자가 경제적·사회적으로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고 있다.
보경 씨는 인터뷰에서 “불쌍하다는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워요”라고 말했다. 화상경험자를 불쌍하게 여기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처럼 대하는 시선 자체로 사회적 장벽이 되는 것이다. 화상경험자는 사회적 시선을 내면화해 스스로를 불쌍히 여기게 되기도 한다. 이러한 무력감은 가족에게도 번진다. 한림대 한강성심병원의 2005년 조사에 따르면 화상환자 보호자의 66.4%가 우울증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과 고통을 나누는 것은 화상 환자에게 더 큰 괴로움이다. 한국에서는 매년 5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화상 치료를 받는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라는 뜻이다.